중국에 투항 중인 유럽차, 그리고 산업가속화법(IAA)

요즘 유럽의 자동차 기업들 상황이 말이 아닙니다.

영상에도 나오지만, 스텔란티스는 수십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적자액 자체는 장부상 기록에 불과하나, 그 이유가 지난 동안 전기차 올인전략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무려 “디젤차” 생산으로 회귀하는 결정 때문인 걸 생각하면 이런 상황이 절대 일시적인 것으로 지나갈 수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벤츠나 BMW 같은 프리미엄 독일차들조차 영업이익이 뭉텅이로 깍이고 있고, 프랑스는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가 무려 3분의1이 감소한 상황인데, 이러한 상황이 진정될 가능성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이에 유럽이 취한 대응책은 “우리도 미국처럼 해보자”, 그래서 나온 게 산업가속화법(IAA)입니다. 중국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으려면 유럽산 부품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써야 한다는 규정이 결정적입니다만, 문제는 중국이 이걸 두고보지 않겠다는거지요.

중국은 미국 앞에선 고개를 숙이고 저자세로 나왔지만, 유럽에는 더이상 이러한 보호주의 정책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습니다. 정확하게 해당 조항을 딱 찍어서 조항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는 건, 더이상 체면이고 뭐고 볼 거 없이 여기서 더 나가면 한판 뜨자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입니다.

이러한 사건에서 알 수 있는 게 몇가지 있는데, 자유무역기조가 지금보다도 훨씬 더 크게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은 당연한 것이고, 이제는 전기차의 보급이 과연 지금과 같은 속도를 유지할 것인지 의심스러워진다는 점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의 보급이 급격하게 늘어났던 이유는 전기차 자체의 상품성 보다는 적극적인 보조금과 같은 정책적인 요인이 더 컸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정책들은 유럽연합의 전략적인 결정이 매우 큰 역할을 했었죠. 환경과 탄소저감이라는 명분을 자신들의 산업보호에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전기차의 제조와 판매에 보조금을 쏟아부어왔지만, 이제 그러한 정책이 중국 전기차에 대항하는 유럽 자동차 회사들의 경쟁력을 키우지 못했기에 더이상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겁니다.

이제 유럽은 선택의 기로에 놓여져 있습니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감수하고서라도 자국의 전기차를 보호할만한 배짱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지금과 같은 강력한 산업가속화법을 고수한 채 법안을 발의한다면 전세계는 보호무역주의와 블록경제시스템으로 빠르게 변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유럽이 중국의 이같은 노골적인 압박에 굴복해 산업가속화법을 수정한다면 그자체로 중국에 항복선언을 하는 것으로 상상을 뛰어넘는 정치적 부담을 스스로 떠안아야 하며, 중국 또한 외교적인 역량이 엄청나게 소모될 것입니다.

문제는 사건이 어느쪽으로 결정되더라도, 앞으로 벌어질 수많은 비슷한 사건들에서 양쪽의 선택들이 계속 반복되며 이러한 두 방향의 흐름은 필연적으로 강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블럭화와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중국의 외교적인 역량이 소모되다 보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서로를 죽여야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전쟁과 무한경쟁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서로 협상을 하며 공존을 모색할 지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건 매우 긴 시간이 지나야만 새로운 균형점 내지 새로운 질서가 정착하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 때 까진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은 퇴출될 것이며, 살아남은 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되는 구조조정이 계속해서 이어지게 되겠죠.

결국 관건은 경쟁력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건 전기차 뿐 아니라 2차전지도 마찬가지 이야기가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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