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후궁들과 성관계를 하십시오. 그러면 왕이 아버지와의 연을 끊었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되고 병사들은 비로소 목숨을 걸고 싸울 것입니다.”
아히도벨이 왕위에 오른 압살롬에게 해준 첫 조언입니다. 얼핏 보기엔 너무나 엽기적이고 끔직한 주장이라 이런 엽기적인 행각이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비도덕적이고 전무후무한 악행이라 생각할 수 있을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다윗 진영과 아히도벨-압살롬 진영의 선악구도를 훨씬 선명하게 구분짓게 해주기도 하겠죠.
그러나, 고대 중동에서 이러한 행위는 악한 것도 아니었고, 아들이 왕권을 완전히 승계했다는 걸 보여주는 의례적인 행사에 불과했다는 것이 역사적인 사실입니다. 이렇게 해당 시대에 이미 비슷한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흔했다는 사실을 알고서 이러한 성경 속 사건을 바라보는 것과,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관심도 두지 않은 채로 성경 기사를 바라보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관점이 더 공정하고 성숙하며, 또 지혜로운 관점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겠죠. 이러저러한 말 이전에 당시의 역사적 배경을 모른 채 선악구도만을 명확하게 편가르면서 성경 속 이야기들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어린아이의 그것”과 같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그러한 어린아이와 같은 것을 욕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때문에, 성경은 성경 속 이야기 안에서 둘러봐서는 안됩니다. 성경 밖에서 성경을 둘러싼 역사적 배경이나 여러 판본이나 사본들의 비교 과정 등을 함께 바라보며 보는 것이 우리가 자칫“맹신”에 빠지지 않는 최소한의 준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