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형이 해 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처음 정찰을 다녀온 후 내게 했던 말이다. “무서웠지. 그래도 괜찮아. 다른 길이 없으니까, 도망칠 수도 없거든” 무섭다. 내가 죽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또다시 내 사람들을 모조리 잃을까 봐 두렵다. 내 의지가 흔들린 나머지, 마지막 순간, 적의 심장에 검을 꽂지 못할까 봐 두렵다. '그래도 다른 길은 없어.' 형 …
[카테고리:] 독후감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 남긴 사연들입니다.
바닥을 견디는 법 – from “7회차 용사의 스트리밍”
이런 말이 있다. 뭐든 처음이 힘든 법이다. 처음만 견디면 다음부터는 쉽다. 수영을 잘 못하는 아이가 발이 닫지 않는 수영장에 빠지면 당황해서 자맥질을 하다 익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기 위해선 일단 수영장 바닥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일단 바닥을 확인하고 발로 바닥을 박차고 뛰면 수면 위로 바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바닥을 확실히 인지하고 나면 설령 …
메멘토 모리
욕정이 불길처럼 타오르면 병이 든 때를 머리에 떠올려 보라. 문득 차가운 재처럼 흥분이 식어버리리라. 명예와 이익이 꿀같이 달콤하면 죽음을 맞이할 자리를 떠올려 보라. 문득 밀랍을 씹는 것처럼 입맛이 씁쓸해지리라. 그러니 항상 죽음을 걱정하고 병을 염려하면 헛된 악업을 버리고 참된 마음을 기를 수 있다. 채근담 후집 24칙 항상 겸손하고 감사한 태도를 유지하고, 채근담의 글처럼 “참된 마음을 …
모든 일에 만족하기, 온갖 인연을 잘 쓰기
눈앞에 다가오는 모든 일 만족할 줄 아는 이에게는 신선의 경지고 만족할 줄 모르는 이에게는 범인의 경지다. 세상에서 겪게 되는 온갖 인연 잘 쓰는 이에게는 살아나는 길이고 잘못 쓰는 이에게는 죽어가는 길이다. 채근담 후집 21칙 21칙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잘 이해되지 않던 점이 있었습니다. 눈앞에 다가오는 모든 일에 만족하라는 충고와 온갖 인연을 잘 써서 살아나는 길을 걸으라는 …
덜어내고 또 덜어내라
덜어 내고 또 덜어 내어 꽃을 가꾸고 대나무를 심으며 세상만사 모든 것을 무로 돌린다. 더 잊을 것도 없이 다 잊어서 향을 사르고 차를 끓이며 술을 누가 가져왔는지도 전혀 묻지 않는다. 채근담 후집 20칙 우리가 무언가를 배울 때에는 머리 속에 계속해서 무언가를 집어넣습니다. 하지만, 그런 배움을 가지고 실제 무언가를 해내는 과정에서는 그렇게 집어넣을 것들 중 대부분을 …
나 혼자 깨어 있다고 으스대지 않는다
남들이 명예를 다투고 이익을 좇으며 살도록 내버려 두고 그런 삶에 도취했다며 남들을 싸잡아 미워하지 않는다. 편안하고 담박하게 내 취향대로 살되 내 혼자 깨어 있다고 으스대지 않는다. 이것이 현상에 속박당하지도 않고 허무함에 빠지지도 않아 몸과 마음 둘 다 자유롭다는 석가모니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다. 채근담 후집 18칙 초나라의 굴원을 생각나게 하는 내용입니다. 전국시대 초나라 사람 굴원은 우매한 …
한가로울 수 없는 처지를 돌아보면서
차갑게 식은 처지가 되어 뜨거웠던 때를 살펴보라. 그런 뒤에야 뜨거웠던 시절 들떠서 뛰어다닌 짓이 무익했음을 알게 된다. 쓸데없이 바쁘다가 한가한 처지가 되어 보라. 그런 뒤에야 한가로이 지내는 맛이 가장 좋은 줄을 깨닫게 된다. 채근담 후집 16칙 한가로이 지내는 맛이 정말로 가장 좋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죽어라 일하고, 돈을 벌고, 아이들을 키우는데 정신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면서도 씀씀이는 …
쉬고 싶으면 당장 쉬어라
일을 내려놓고 쉬고자 하면 당장 일을 내려놓아라. 만약 쉬어야 할 시간을 따로 찾으려 하면 자식 혼사까지 마쳤다 해도 남을 할 일이 적지 않다. 승려나 도사는 사정이 나으나 그들 마음 역시 일이 끝날 때가 없다. 쉬고 싶으면 당장 쉬어라. 일이 끝날 때를 기다린들 일이 끝날 때는 없으리라. 옛사람이 그렇게 말했거니와 식견이 탁월하다. 채근담 후집15칙 카르페 디엠(Carpe …
잘살든 못살든 유쾌하게 지내자
전광석화 같은 짧은 삶에서 길고 짧음을 다투니 얼마나 긴 세월을 산다고 그러는가? 달팽이 더듬이 같은 좁은 곳에서 세고 약함을 겨루니 얼마나 큰 세계를 차지한다고 그러는가? 채근담 후집 13칙 우리는 길고 짧음을 다투는, 그러니까 경쟁을 하며 살아갑니다. 우리 사회는 참으로 경쟁에 메몰된 나머지 아이들조차 경쟁에 내몰려 살아가고는 합니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경쟁에 밀려난 이들을 보듬는 것에 …
지혜는 어렵지 않습니다.
벗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실컷 마시고 질탕하게 즐기니 정말 즐겁다. 어느새 마칠 때가 다가와 촛불이 가물거리고 향이 꺼지고 찻물이 식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먹은 것을 게워 내고 났더니 씁쓸하니 뒤끝이 좋지 않다. 천하만사가 대개 이와 비슷하건마는 사람들은 어째서 일찌감치 되돌아서지 않는 걸까? 채근담 후집 10장 술자리는 항상 즐겁게 시작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적당히 즐거운 순간에 아쉬움과 미련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