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의 경제학

“기대값이 투자금보다 낮은 게임에 돈을 거는건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이건 누구라도 동의할 수 밖에 없는 수학적 명제일겁니다. 이렇게 기대값이 낮은 게임의 대표격이 카지노 룰렛이나 복권이겠죠. 당연한 거지만 도박이나 복권을 돈을 벌기 위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즐기려고, 일상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풀어보려고 하는거겠죠. 그런데, 이 명제를 뒤집어서 생각해 봅시다.

“기댓값이 투자금보다 높은 게임이라면, 할 수 있는 한 많이 거는게 합리적이다.”

내가 주사위를 굴려 6이 나오면  100억원을 따고, 1에서 5가 나오면 100억원을 잃는 승률 16.7%짜리 게임을 기꺼이 응할 사람은 없을겁니다. 하지만, 주사위를 굴려서 3 이상의 눈이 나오면 10만원을 따고 1이나 2가 나오면 10만원을 잃는 게임이라면 어떻습니까? 승률이 66.7%에 기댓값이 충분히 높으므로 무조건 응하는게 정답이겠죠. 그렇다면, 내기돈을 더 크게 가져가면 어떻습니까? 주사위를 던져서 3-6이 나오면 100억원을 따고, 1-2가 나오면 100억원을 잃는 경기가 있다면 여러분은 응하시겠습까?

지금 내 수중에 전재산이 3-4억 정도밖에 없는데 만약 게임에 져서 100억원을 잃게 된다면, 나와 내 가족이 거리에 나앉고 내 몸에서 장기를 빼앗기게 될수도 있는 게임, 그것도 그럴 확률이 33.3%나 되는 게임을 한다는 건 정상적인 판단력이 아닌게 당연합니다. 결국 내가 어떤 게임 내지 투자에 참여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건 절대적인 확률이나 기댓값이 아니라, 그 결과 최종적으로 내 인생에 어떤 변화를 초래하게 될것인가를 기준으로 기댓값을 판단해야 한다는 거지요.

그래서 아무리 좋은 투자, 안전한 투자라고 해도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끌어서 하면 안되는겁니다.

이제 이런 관점을 다시 한번 뒤집어서 로또를 바라본다면 기대값이투자금에 비해 매우 작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해볼만한 도전이 될 수 있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는걸 상정할 수 있게 됩니다. 다름아닌 내가 얼마든지 지불해도 크게 피해를 보지 않는 사소한 액수인 경우라면 기대값이 형편없는 불리한 게임도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거지요.

일단, 로또를 할 때 내가 감수해야 하는 최악의 경우에 지불해야 하는비용을 생각해봅시다.

1주일에 로또 한게임씩 30년을 산다고 가정하면, 내가 평생 지불해야 하는 금전적 비용은 156만원 정도입니다. 엄격하게 보자면, 30년 후에는 인플레 때문에 한 번 할 때 내야 하는 돈이 더 많아질 수 있을것이지만, 돈 가치도 많이 떨어져 있을 것이기에 그정도라고 가정합니다.

156만원을 투자할 때 기대할 수 있는 기대값은 어떨까요? 로또의 경우 당첨금 배분은 로또를 판매해서 벌어들인 돈의 50%정도입니다. 그 중에 1등에게 배분되는 돈은 그 절반, 1등 당첨자가 10명정도라고 한다면 결국 로또를 사느라 내는 돈의 2.5% 정도만이 1등 당첨자에게 돌아가는 겁니다. 1,000원을 주고 로또 한 장을 샀을때의 통상적인기대값(1등 당첨 외에는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우므로)이 25원이라는 거지요.

1,000원 주고 기대할 수 있는 기대값이 25원,,, 얼핏 보면 누가 봐도 정신나간 짓입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씩 1,000원이라는 돈을 내는게 아무런 부담이 없는걸 넘어 전혀 신경쓰이지조차 않는 사람들에게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당첨금”이라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입니다. 이렇게만 생각하면 로또라는 게 그리 불합리한 경제행동이 아닐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1,000원이라는 (버려도 신경쓰이지 않을)돈을 일주일에 한번씩 꼬박꼬박 저축하거나 주식을 한주씩 사모으는 식으로 30년을 지속했을 때, 어느정도의 수익이 나올지 생각해봅시다. 내가 주식에 고수는 아니지만, 평균 수익률로 4%정도를 꾸준히 내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사실, 요즘 시가배당율로 5% 넘는 주식이나 금융상품들 찾아보면 많습니다. 이 때 30년 후에는 이렇게 로또 살 돈으로 주식사서 불린 돈이 294만원이 됩니다. 2배 가깝게 돈이 불려지는군요.

수익률 5%라면 346만원, 6%면 412만원, 7%면 492만원이 되네요.

평생에 걸쳐서 156만원을 별 의미없는 소일거리로 썼어도 별로 속이 쓰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순 있겠지만, 그 돈을 짬짬이 주식 하나라도 사서 불렸다고 생각했을 때의 500만원 돈을 그냥 심심풀이로 날려도 아깝지 않다고 확신하는 분이라면, 얼마든지 로또를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신의 나이에서 30년 지난 나이를 생각했을 때, 은퇴 이후에도 그 정도 돈이 정말로 의미없는 돈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지금 재산이 많은 분이라면 그렇겠다는 말이지요.

이렇게 보면, 일주일에 1,000원 쓰는 것도 허투로 보지 않고 아껴쓰는 근면함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습관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장 오늘부터 저도 사소한 곳에 돈 쓰는걸 자제하고 아껴서 열심히 투자해야겠네요. 작년 한해동안 주식투자해서 올린 수익률이 10% 약간 넘었는데, 10% 수익률로 계산해보면 로또 안해서 아낄 돈이 956만원이 됩니다.

기대값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이렇게 모든게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게 참 재미있는것 같습니다.

로또의 경제학”에 대한 1개의 생각

  1. 김상구

    로또가 마이너스섬 게임이란 사실엔 변함 없지만 계산이 틀렸네요. 1000원 중 당첨금이 50%고 1등 당첨금이 그 절반이면, 2.5% 25원이 아닌 25% 250원입니다. 그리고 로또의 투자대비 기대수익을 계산하는데 당첨금의 절반이나 되는 1등 이외의 당첨을 배제하는 것도 오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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