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피라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생김새는 위와 같이 생겼습니다. 이 구피라는 물고기는 서식지 내에서 온 사방이 포식자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평균 수명이 2년 정도 하는데, 자연 상태에서는 이렇게 제 수명대로 살다 죽는 경우는 1%도 되지 않으며 언제 포식자가 잡아먹어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구피 입장에서는 “미래”라는 걸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태어나서 두 달, 약 7주만 지나면 번식이 가능한 상태가 되며 30일마다 새끼를 낳습니다. 이정도 산란주기라면 수명대로 살아남은 구피는 10대손 넘는 자손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셈입니다. 이런 미친듯한 번식은 진화론적으론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게 자손을 남기지 않는다면 자손을 남기지 못한 채 포식자에게 잡아먹혀 멸종당해도 이상할 게 없으니까요.
이들은 그야말로 한 번 뿐인 인생, 즉 욜로(You Only Live Once)의 궁극을 보여주는 삶을 살고 있는겁니다.
구피와 정반대의 삶을 사는 물고기는 그린란드 상어입니다. 그린란드 상어는 서식지에서 먹이사슬의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포식자가 없는 만큼 그린란드 상어들에게“미래”라는 건 반드시 준비해야 할 필연이자 운명입니다. 그렇게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이들은 지금까지 발견한 생명체 중 가장 느리게 성장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이들이 번식이 가능한 성적으로 성숙한 개체로 자라기까지 무려 150년이 걸립니다.
그린란드 상어는 이렇게 100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완벽한 몸을 만듭니다. 체내의 자원을 체계적으로 투자해서 세포를 복구하고 유지하는 능력을 서서히 키우기 때문에 암에도 거의 걸리지 않고, 감염성 질병에도 거의 면역입니다.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하지만 완벽하게 미래를 대비한 선택이 가져온 축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일화는 모건 하우절의 “돈의 방정식”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들이 미래를 위해 경제적으로 저축을 통해 준비하는 것을 어느정도까지 해야 하는지를 결정할 때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라는 변수가 매우 중요하다는 교훈을 설명하기 위해 꺼내든 예화인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볼 점은 결국 우리는 우리의 의지대로 결정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구피가 아무리 그린란드 상어와 같은 결정을 하고 싶어도, 그런 결정을 내리는 순간 구피는 자손을 남길 틈도 없이 포식자에게 잡아먹혀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이건 그린란드 상어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들이 “미래를 위한 대비”를 위해 얼마나 저축과 절약을 하며 현재를 희생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결국은 우리의 의지나 생각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 아닌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어느정도인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죠.
우리에게 남겨진 재량이라는 건 기껏해야 얼마나 정확하게 현재의 상황(얼마나 여유가 있는가)을 파악하고, 그러한 현재의 상황에 얼마나 적합한 판단을 내려서 실수를 줄일 수 있을것인가 하는 정도일겁니다. 막연하게 감정에 휩쓸려 결정하거나, 지금의 내 기분을 위해 정확하게 판단해야 할 현재의 여유 정도를 평가절상하거나 평가절하하는 실수를 한다면 우리가 충분히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던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실패하는 큰 댓가를 치루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