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물과 차트, 기술분석

요즘같이 전대미문의 변동성이 계속 반복되는 코스피 내지 삼전-하이닉스 장세에서 단기적으로 차트를 보고 주가를 예측하려 시도하시는 분이 생각보다 많이 계십니다. 어떤 분은 온라인에서 코스피 9,000에서 차트를 보고 팔았으며, 2일 전 하락 중 바닥신호를 확인해서 다시 매수했다고 하시는 분도 봤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야 이틀 전의 바닥이 진바닥이 맞을 수 있으니 그러한 투자판단이 올바른 것일 수 있지만 차트를 보면서 기술분석을 통해 지금같이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상황에 대처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차트에 크게 의존해서 투자결정을 하는 분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통계적으로 적중확률이 높은 특정한 신호를 차트의 데이터들을 통해 잡아낼 수 있다는 주장이 맞다는 전제가 성립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차트를 선호하는 분들이 늘상 하는 이야기가 “차트에는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모든 정보가 다 녹아있다”는 거지요. 하지만, 여기서 이러한 명제는 주의해야 하는 점이 있습니다.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모든 정보가 녹아서 차트의 다양한 데이터들이 형성되며, 이 데이터들을 우리가 볼 수 있는건 맞지만, 과연 그렇게 녹아있는 정보들을 우리가 따로 분리해서 분석할 수 있는걸까요?

컵에 물을 붓고 소금을 집어넣어 봅시다. 그럼, 소금은 물에 녹아서 전혀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녹아서 보이지 않게 된 소금을 우리가 따로 분리해서 물 속에 넣기 전의 모습이 어땠는지를 지금에 와서 확인하는 게 가능할까요? 그렇지 않지요.

주가 차트에 나오는 가격이나 거래량 등 각종 데이터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데이터들과 역사들이 녹아들어서 형성된 결과값이 분명 맞습니다만, 그러한 결과물인 차트에서 우리가 투자판단을 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다시 분리해서 분석하거나 가공하는 게 가능하다는 주장은 어폐가 있는겁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우리는 소금물에서 소금을 분리해서 마음껏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차트나 기술분석을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수많은 경험을 통해 특정한 신호가 통계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투자결정의 근거가 되어줄 확률이 얼마나 높은지를 계산해서 수많은 거래들을 통해 그러한 확률적 우위를 수익으로 확정하는 시도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소금을 집어넣은 소금물에서 소금을 고스라니 분리해낼 수는 없지만, 소금물을 마셔보니 짠 맛이 느껴지는 걸로 봐서 어느정도의 소금이 들어있겠구나 하고 추측할 수 있는 것처럼 수많은 경험을 통해 확률이 높아보이는 가설을 제시하고 계속 반복해서 이 가설을 검증해나가는 것이 기술분석에 가능한 영역입니다.

그런데, 작금의 미칠듯한 코스피의 변동성은 역사상 유래가 없다시피 한 초유의 현상입니다. 과거에 이런 일이 여러번 존재했다면 거기에서 확률적으로 높은 신호들을 찾아서 가설로 만들고 검증하는게 가능하지만,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던 이런 현상 앞에서 차트를 보거나 기술분석을 하는게 과연 합당한 시도일지 저는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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