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서기년이라는 고대 문헌이 있습니다. 삼황오제 시대부터 춘추전국시대 위나라의 양왕 때까지의 역사가 담겨있는 죽간이 고분에서 출토된 적이 있었는데, 이를 순욱(삼국지에 나오는 순욱이 맞습니다) 등의 학자에 의해 고대문자를 해독하여 복원한 기록이 바로 죽서기년입니다.
죽서기년에는 삼황오제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요순시대에 대해서도 기록이 있는데, 요임금이 순임금에 선양하는 이야기도 실려있으며, 여기에서 순수요(舜囚堯), 즉 순 임금이 요임금을 가뒀다라는 기록이 나옵니다.
昔堯德衰,爲舜所囚也。
옛날 요의 덕이 쇠하자 순에게 갇힌 바 되었다.
舜囚堯,復偃塞丹朱,使不與父相見也。
순이 요를 가두고 다시 단주를 가로막아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게 하였다.
舜放堯於平陽,取之帝位。
순이 요를 평양으로 추방하고 제위를 빼앗았다.
堯禪位後,爲舜王之。舜禪位後,爲禹王之。
요가 선위한 후 순이 그를 왕으로 삼았고, 순이 선위한 후 우가 그를 왕으로 삼았다.
제목의“순수요(舜囚堯)”라는 말은 순 임금이 요임금을 가두었다는 거지요. 단순히 가두기만 한게 아니라, 요임금의 아들인 단주를 막아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게 했다고까지 기록합니다. 이러한 선위과정 어디에도 요임금이 자발적으로 순임금에고 왕위를 넘겨주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유교에서 그토록 자랑스럽게 말하던 요순시대의 아름다운 선양 같은건 존재하지 않았으며,요순시대가 그렇게 이상적인 태평성대의 시대였다고 주장할 근거같은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거지요.
어떤 종교나 사상도 자신들의 사상기반이 되는 예전의 사건들을 미화하려는 욕구가 존재하고, 이 때문에 실제로 있었던 사실조차 왜곡하거나 날조하기도 합니다. 훗날 그러한 날조나 왜곡의 증거가 고고학적 사료 등으로 발견되어도 그러한 증거들은 학계 안에서만 유통될 뿐, 상당 기간동안 대중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지지 않는 일도 흔하게 벌어집니다.
이 세상에 그러한 욕구를 이겨내고 예전의 사건들을 미화하려들지 않는 사상이나 종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점은 지금 내가 동의하는 사상이나 추종하는 종교라 하더라도 명백히 해당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이 세상을 올바르게 인식하기 위해 내딛는 가장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