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웹소설 중에 유행하는 장르 중 하나가 대체역사물입니다. 주로 특정한 시대의 특정 인물로 빙의하거나 환생한 주인공이 이미 알고 있는 역사지식을 무기로 성공하면서 암울했던 시대를 빛나게 바꾸거나 주변 국가나 세계를 정복해나가는 스토리가 많지요.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암울했던 역사를 바꾸어 큰 업적을 이뤄나가는 주인공의 활약에 대리만족을 느끼려고 대역물을 읽지만, 제 경우에는 그런 대리만족보단 오히려 대역물(대체역사물)을 통해 원래 실존했던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게 되는 즐거움 때문에 대역물을 찾게 되더군요.
노벨피아에서 연재했고 이제는 완결이 된 대역물 “쿠데타 하겠습니다”는 이렇게 원역사, 특히나 2차대전 직전의 세계정세와 우리나라의 군사정권, 일본 제국주의 등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거나 납득하지 못한 채 넘어가던 역사적 장면들을 생생하게 재조명해주고 있습니다.
소설을 쓴 yunwun이라는 닉네임의 작가가 단순한 역사지식을 넘어 역사적인 인물들 각자의 입장에서 “왜 원역사와 대체역사 모두에서 이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는가”하는 것을 굉장히 깔끔하고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작품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특이 대체역사 속에서 히틀러나 스탈린이 또다시 원역사와 같은 선택을 하는걸 목격하면서 “국가지도자의 성격”이 해당 국가의 운명을 이렇게나 비틀어버릴 수 있구나 하는 걸 새삼 절감하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히틀러는 몇 번의 운좋은 성공 이후로는“따갚되(따서 갚으면 되)”라는 도박중독에 미쳐서 결국은 도박이 실패해 말아먹을 때까지 자신의 망상을 실현시키려 모든 걸 불태우며 망해가는 전쟁광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었다는 걸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 백정”이라는 이명의 스탈린이 외교와 전쟁에 있어서만큼은 지독하리만치 합리적이고 냉철한 성격이었다는 사실이나, 역설적이게도 그런 합리적인 성격 때문에 히틀러도 자기처럼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거라는 착각에 빠져 엄청난 피해를 강요받았던 독소전 당시의 상황도 다시 한번 납득하게 되었구요. 소설의 제목처럼 “쿠데타”에 관한 수많은 역사적 사례들을 언급해가며 그걸 교훈삼아 마침내 성공시키는 과정도 역사적으로 정말 많은 것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배울 수 있었습니다.
역사라는 것이 이 죽어버린 과거의 기록에 그치는 것이 아닌 지금도 살아숨쉬는 인간들의 행동과 선택, 그리고 그로 인해 필연적으로 정해지는 운명을 암시하는 살아 움직이는 예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멋진 작품이었고, 개인적으로 대역물에 관심이 없으신 분이라도 역사라는 것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는 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