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와 효용 – from “돈의 방정식”

BMW 엔트리 모델은 당신에게 “지위”를 선사한다. 즉 당신을 향한 타인의 시선을 바꿔준다.

당신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이 차를 구매한다.

편리한 옵션을 두루 갖춘 토요타 고급형 모델은 당신에게 “효용”을 제공한다. 즉 당신의 삶을 더 낫게 만들어준다.

당신은 본인의 편의를 위해 그 차를 소유한다.

돈을 쓸 때도 이 두 가지 기준을 재대로 구분하는 일이 중요하다.



뭐 그렇다고 해서 비싼 수입차(특히 독일차) 엔트리 모델을 사지 말라는 건 아닙니다. 정작 독일에서는 심지어 한쪽 사이드미러까지 빼버릴 정도로 가성비에 올인한 BMW나 아우디 엔트리 모델이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정작 그런 극단적인 엔트리모델은 우리나라에서 절대 팔리지도 않을뿐더러 해당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고급차”라는 이미지를 망칠까 무서워서 들여오지도 않겠죠.

여기서 중요한 건 그래서 수입차 사는 사람은 다 허영심에 찌들어있는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은 정말로 과시가 아니라 편의를 위해 소비를 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의식적으로 자신의 소비패턴에서 과시와 편의라는 두가지 선택지 중 어느쪽에 치중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당장 비싼 수입차의 엔트리 모델을 사는 것만 해도 그렇습니다. 굳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려고(속된 말로 하차감) 조금 무리해서 비싼 수입차를 사다보니, 여러가지 편리한 옵션을 포기한 엔트리 모델을 사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명분은 깜짝 놀랄정도로 다양합니다.

저는 “국산자가 아닌 외제차를 몰고 다녀야 뒤따르는 차들이 조심한다(사고 시 수리비 폭탄이 무서워서).”는 신박한 논리까지도 들어봤습니다. 국산차의 9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가 쓰레기라고 폄하하는 주장 정도는 이런 신박한 논리에 비하면 정말 점잖은 편이죠.

하지만, 그런 논리를 가지고 비싼 수입차를 사는 게 정말로 합리적인 척 위장하고 있는 그런 논리들 때문에 사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과시를 목적으로 사면서도 그걸 숨기고 자신을 합리적인 소비자로 포장하기 위해 그런 논리들을 내세우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야 잘못된 선택을 하고 나서 오랜 시간을 후회 속에서 살지 않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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