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 돈, 지위, 명예, 철학적 사유, 진리 그 무엇도 아니다. 자신이 옳다고 느끼는 것. 즉 자신의 생각을 가장 사랑한다.
그 사랑은 애착에 가깝다. 사람이 신념을 지킬 때 보이는 열정은 자기 확신을 잃지 않으려는 방어기제일 뿐인데 말이다. 누군가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내면 그것이 단순히 옳고 그름을 떠나서 나의 생각을 위협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쾌해진다. 논쟁의 목적은 진실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지켜내는 것으로 변한다. 자신이 가진 생각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타인과 자신을 설득할 논리를 펼치지만 그 논리의 방향은 이미 정해놓은 결론으로 향한다.
새로운 의견이 등장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두 가지 반응을 한다. 하나는 거부, 다른 하나는 재해석이다. 거부는 내가 틀릴 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막기 위해 벽을 치는 것이기에 단순한 방어에 속한다. 재해석은 더 교묘하다.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는 척 하면서 결국 내 생각 안에서 자신에게 맞게 다시 정의 해버린다. 이 두 가지의 본질은 똑같다. 다른 이의 관점을 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내 생각의 테두리를 강화하고 있는 것 이다. 사람은 자신이 똑똑하다고 느끼고 싶어 한다. 반대되는 논리에 부딪히면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자존심이 흔들린다. 자신의 생각을 돌보고 지키면서 살기에 그것이 무너지는 순간 마치 자아 전체가 위협받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가 내 생각을 사랑할수록 그 생각이 나를 좋게 만든다는 점이다.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지킬 때 강해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힘을 잃고 개관성을 상실하게 만든다. 지키고 싶은 신념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신념을 지키는 일과 자기 생각에 갇히는 일은 전혀 다르다.
신념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믿음을 점검하고 여전히 유효한지 묻는다. 생각을 도구로 쓰며 언제든 수정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생각에 갇힌 사람은 생각을 신처럼 여긴다. 옳음에 대한 확신이 두려움을 덮고 의심을 부정으로 여긴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방어하기에 바쁘다. 신념을 지키는 것은 삶에 중심을 세우는 일이고 자기 생각에 갇히는 것은 스스로 벽을 쌓는 일이다. 자신의 생각을 사랑하되 그 사랑이 우상숭배로 변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나는 언제든 틀릴 수 있는 존재다. 자신의 생각을 사랑하되 그 생각에 얽매이지는 말아야 한다.
우상숭배라는 개념을 정의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게 신이 아닌 다른 것을 신처럼 숭배하고 거기에 매여있는 상태를 뜻한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하실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빠지는 우상숭배야말로 자신의 생각을 신처럼 여기는 우상숭배가 아닐까 합니다.
때문에 건강한 정신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의 생각을 도구로 쓰며 언제든 수정하는 법을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자신의 특정한 생각이 옳다는 확신이 너무나 강한 나머지 이를 의심하는 것조차 부정타는 것으로 여긴다면, 그건 이미 그 자체로 강고한 신앙이자 우상숭배행위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내가 다른 사람들과 논쟁이나 토론을 할 때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임하는지를 스스로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제대로 된 논쟁은 “내 생각이 옳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과 다른 진실이 있다”는 결론을 상대방과 함께 찾아가는 여정이 되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자존심이 상하고 내 생각이 부정당해 패배감을 느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거기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인간, 노예 본능에 메여있는 원초적인 인간을 초월하는 초월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 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