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대하는 것과 다루는 것의 차이

개를 쓰다듬을 때 대가를 바라고 쓰다듬는가? 그렇지 않다.

부드럽게 쓰다듬고 개의 반응을 보며 한 번 더 손을 얹는다. 그저 귀엽게 느껴질 뿐이다. 그런데 그 단순한 행동 속에 이미 힘의 관계가 들어 있다. 쓰다듬은 쪽은 주인이고 쓰다듬음을 받는 쪽은 순종한다. 그 둘은 서로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

이런 모습은 인간관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사람은 개를 쓰다듬는 것처럼 서로를 대한다. 칭찬으로 상대를 부드럽게 만들고 호의로 경계를 풀어버린다. 물론 진심이 섞여 있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아주 계산된 사회적 기술이기도 하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부드럽게 말하고 가끔은 진심보다 더 다정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 상대는 마음을 열고 그 순간 긴장이 사라지고 관계는 안정된다. 이건 우정이라기보다 서로를 다루는 기술에 가깝다. 부드럽게 쓰다듬으면 누구든 순해진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에 가능한 행동이다.

개는 한 번만 쓰다듬어도 즉시 아첨하듯 반응한다. 이전 인간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칭찬에 약하고 인정받으면 금세 마음을 연다. 인간의 구조는 그렇게 생겨 먹었다. 인정이 없으면 쉽게 메마르고 불안해 진다. 칭찬 한마디면 태도가 바뀌고 인정 한 번이면 표정이 풀린다. 심지어 그게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더라도 기분 좋은 반응이 오면 쉽게 넘어간다. 인정 욕구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사람은 듣기 좋은 말을 기억하고 자신을 높여주는 사람에게 마음 을 연다. 그렇기에 아첨은 사라질 수 없다.

개는 단순히 꼬리를 흔들지만 인간은 언어와 표정을 사용한 다. 칭찬, 겸손, 공감, 미소 모두 아첨의 또 다른 얼굴이다. 우리는 서로의 허영을 부드럽게 다듬으며 관계를 유지한다. 위선처럼 보이는 행동으로 최소한의 인간 사회가 돌아가지만 문제는 아첨이 너무 익숙해지면 진심과 기술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말하는 것과 진심인 척 말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때로는 이런 질문이 필요하다.

나는 지금 사람을 대하고 있는가, 아니면 다루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대해지고 있는가, 아니 면 길들여지고 있는가?

우리는 개처럼 아첨하고 개처럼 아침 받으며 산다. 가끔은 개보다 인간이 더 교묘하게 꼬리를 흔든다.


니체는 사람을 대하려는 태도와 다루려는 태도를 명확하게 구분지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칭찬, 겸손, 공감, 미소와 같은 태도들이 본질적으로 사람을 다루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으며 이것이 선하거나 인간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는 개념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아첨”이 나쁘다거나 해서는 안되는 행위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관계를 이루고 유지하며 살아야 하기에 이러한 작위적인 행동들이 반드시 필요하며 더 자연스럽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합니다. 니체가 우리에게 경고하는 것은 그러한 아첨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너무 익숙해지면서 위선과 진심을 자칫 착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칭찬하고 겸손히 말하며 공감하며 미소짓고 있다는 것 만으로 내가 상대방에게 “진심을 다했다”고 생각하거나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자 기만적인 자기도취에 빠져 관계와 자기 자신을 망치고 있는거지요.

본문에서도 나오듯 “진심”과 “기술”의 경계가 흐려지면 상대에게 진심을 다하지 않았으면서도 스스로는 진심을 다했다 착각하며 마치 당연하기라도 한듯이 상대방도 나에게 진심을 다해주는 걸 기대하며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면 실망하며 관계를 파탄내게 됩니다. 내가 진심을 가지고 상대방에게 다가가지 않고 그저 기술적으로 그런 척만 하고 있었을 뿐인데 상대방이 그걸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모를 수가 없지요. 당연히 기술에는 기술로 대응할 것인데 우리는 그러한 대응에 실망하고 배신감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더 돌아보며 우리의 내면에 집중하는 것부터 시작할 때에 비로서 우리를 둘러싼 바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빈번하게 존재합니다. 어떤 문제가 생기든 항상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정답일 수가 있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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